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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古조선사

곰과 호랑이

곰과 호랑이의 실체

우리 민족은 과연 곰의 자손인가? 환웅은 정말 신통력이 있어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 곰에게 마늘 20개와 쑥 한 줌을 주어 사람으로 변신시키는 조화를 부린 것인가?

환단시대의 역사를 신화로 해석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삼국유사에 실린 곰과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기사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간략히 서술한 것일 따름이나, 그로 인해 생겨난 우리 역사의 비극은 슬픔조차 절한다.

앞에서 신화의 배후에는 반드시 역사적인 사실이 숨겨져 있다고 했는데 이는 우리의 역사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으니, 그렇다면 곰과 호랑이 신화의 뒤에는 어떠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그 베일을 벗겨보자.

먼저, 문제가 된 삼국유사의 기록을 보자.

“이때 한 곰과 한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신웅에게 늘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에 해당하는 삼성기 하편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이때 한 곰과 한 호랑이가 이웃하여 살았다. 일찍이 신단수에 빌면서 신계의 백성이 되기를 원하므로 환웅이 이를 듣고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며 경계하여 이르기를 ‘너희가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쉬이 사람의 형상을 얻을 것이다.’ ”

또 태백일사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때 한 곰과 한 호랑이가 있어 이웃하여 같이 살았다. 항상 신단수에 기원하며 환웅에게 청하여 원컨대 천계의 백성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이상 세 문헌의 기록을 보면 대략적인 내용은 거의 일치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삼국유사는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고 기록한 반면, 삼성기와 태백일사에는 이를 백성으로 적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들이 이미 사람으로서 다만 환웅의 백성이 아니었던 자신들을 환웅의 백성으로 받아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로 곰과 호랑이는 웅족과 호족이라는 부족을 일컫는 호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곰과 호랑이가 찾아와 단순히 인간이 되기만을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기에서는 구체적으로 ‘신계의 백성’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하였으며, 태백일사에서는 이를 다시 ‘천계의 백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국 신계와 천계는 동일한 뜻으로, 하늘의 계율인 천부인의 계율 혹은 신의 계율을 받들어 지킨다는 의미이다. 즉 천부인 세 개의 가르침을 받는 백성으로 받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에서는 백성을 뜻하는 글자로 ‘민民’이 아닌 ‘맹氓’자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이주해온 백성’이라는 뜻이다.

계속해서 태백일사 신시본기는 삼성밀기를 인용하여 웅족과 호족의 정체를 시원하게 밝히고 있다.

“환국 말기에 다스리기 어려운 강한 족속이 있어 이를 우환으로 여겼다. 이때는 종족의 이름도 각기 다르고 풍속도 점차 달라졌다. 원래 살던 무리는 호虎였고 뒤에 이주해온 무리는 웅熊이었다. 호는 성질이 탐욕스럽고 잔인하며 오로지 약탈을 일삼았다. 웅은 어리석고 자만하여 조화하지 못했다. 웅과 호는 같은 굴에 살면서도 점점 멀어져 서로 돕지도 않고 혼인도 하지 않았으며, 매사에 서로 길이 달랐다. 이에 이르자 웅의 여왕은 환웅에게 신덕이 있다 함을 듣고 곧 무리를 이끌고 찾아와 말하기를 ‘원컨대 굴을 하나 내려주시어 신계의 백성이 되게 해주소서.’ 하니 환웅은 이를 허락하고 머물러 있게 한 다음 아들을 낳았다. 호는 끝내 깨닫지 못하므로 이들을 멀리 사해 밖으로 쫓아버렸다. 이로써 환족의 일어남이 시작되었다.”

웅족과 호족은 서로 성질이 달라 늘 다투고 반목하여 서로 혼인조차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두 부족은 환웅을 찾아와 천계의 백성이 되고자 하였으나 호족은 이에 따르지 못하고 쫓겨가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환웅이 웅족의 여왕을 왕후로 맞아들인 것인데, 당시 웅족은 모계사회였고 환웅의 배달국은 부계사회였다.

환웅과 웅족에 얽힌 사정을 좀더 살펴보자. 태백일사는 계속해서 조대기라는 문헌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웅과 호는 21일 동안 금기를 지키며 수련하기에 힘썼다. 웅은 굶주림, 추위, 고통을 참으며 천계를 준수하여 환웅과의 약속을 지키고 여자의 모습을 얻었다. 호는 태만하여 속이고 금기를 지키지 못하고 천계를 어겨 끝내 천업을 함께 할 수가 없었다. 이들 둘의 성질이 다름은 이와 같다. 웅씨의 여자들은 고집이 세고 어리석어 그들과 함께 돌아갈 사람이 없었다. 그리하여 늘 신단수 아래 무리지어 모여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이에 환웅은 임시로 변하여 환이 되어 관경을 얻고(웅족의 영토가 환웅에게 귀속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그들과 혼인하여 자녀를 낳았다.”

웅족과 호족이 찾아와 자신들도 하늘의 백성이 되게 해달라고 청하자 환웅은 그들에게 쑥과 마늘을 주면서 천부의 가르침으로 교화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았던 것이다. 이로써 삼국유사에서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는 것도 천부인의 가르침으로 참된 인간이 되게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웅족은 비록 시험에는 통과했지만 고집이 세고 어리석어 다른 종족과 쉽게 조화하지 못했으므로 어느 부족도 그들과 혼인을 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반목하며 지내던 호족마저 멀리 쫓겨가 버렸으니, 웅족은 또다시 무리지어 앉아 이번에는 혼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환웅에게 청원했던 것이다. 이에 환웅은 이들이 이미 시험에도 통과했고 또 한데 모여 시위성 기원까지 하고 있으니 웅족의 여왕과 혼인해 주고 다른 부족원들도 구환족과 혼인할 수 있도록 허락했던 것이다. 이로써 웅족은 마침내 배달국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삼국유사의 기록을 신화적으로만 해석하여 한민족을 마치 곰이 자손인 것처럼 세뇌시켜온 것이 이 땅의 사학자들이다. 결국 어리석은 저들이나 미련한 곰의 자손일 뿐, 한국땅 어디에도 곰의 자손은 없는 것이다.